본문 바로가기

언론보도

[칼럼]테러위협보다 심각한 기후변화
01 Dec 2015

본문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30일 개막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가 12월 11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21년째를 맞이하는 COP21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약으로 최근 파리 테러에도 불구하고 138명 정상이 전원 참석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은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테러위협으로 인해 기후변화 논의가 지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신기후 변화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자리로, 기후변화 대응에 추진력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왜 하필 2℃ 이내일까?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2도 상승할 경우 △10억~20억명 물 부족 △생물종 가운데 20~30% 멸종 △3,000만여 명 홍수 위험 노출 △여름철 폭염으로 수십만 명 조기 사망 △그린란드 빙하, 안데스 산맥 만년설 소멸 등을 예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INDC 이행 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2.7도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고, 미이행 시에는 지구 평균 기온은 4~5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COP21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국내에서는 42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피해를 입었다. 올해 초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은 1954년부터 1999년에는 0.23℃/10년, 1981년부터 2010년에는 0.41℃/10년, 2001년부터 2010년에는 0.5℃/10년으로 지속적인 증가를 보였다. 한반도 인근의 해수면도 매년 3.2~4.67㎜ 상승해 전체 지구 평균(1.4㎜ 상승)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1960년대 대구에서 재배되던 사과는 현재 경기도 포천에서도 자라고 있다. 또 남해에서 잡히던 멸치는 울릉도 근해에서 어획되는 등 해양 생태계 역시 급변하고 있다.

유엔은 ‘기후 재난으로 인한 비용’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기후 재난으로 60만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했고, 세계은행(WB)은 기후변화 여파로 농작물 수확이 줄거나 자연재해, 질병 등이 확산될 경우 2030년까지 전 세계 빈곤층 인구가 1억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물·식량이 부족해지면서 국내외에서 각종 사회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적응 비용과 더불어 해외 자원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국이 국제 정세와 흐름에 따른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경제적ㆍ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2012년 분석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가감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1세기 후반 우리나라 누적 경제적 피해가 최대 2,800조원(GDP의 약 2.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주 간의 COP21,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길에 대한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뿐 아니라 각종 생물종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이번 COP21이 경로와 진전 속도를 결정하는 중대 시점이라고 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표와 그에 대한과학적 근거는 분명하다. 대처할 수 있는 기술 역시 이미 존재하고 있다.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WWF는 이번 협약이 과학적 근거와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협약이 되기를 바란다. 파리 총회를 통해 전 세계가 단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 기사 : 헤럴드경제 2015. 12. 1.   광화문광장-윤세웅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대표>